마케팅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TV∙신문 광고, 언론 홍보, 이벤트 프로모션…
끊임 없이 기술을 혁신해 제품을 차별화한다는 원칙도 있군요.
이런 마케팅을 하려면 높은 수준의 이해도, 전문인력, 무엇보다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만큼 마케팅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처럼 영세한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혁신을 할 만한 기술력도 브랜딩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잠시,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진 한 번 살펴 볼까요?
음식물 원산지를 표시해 놓은 건데, 모든 음식 재료가 죄다 국산입니다.
쌀은 미경이네 논에서, 콩은 경수네 밭에서, 배추는 텃밭에서 가져 왔다는 군요. 왠지 친근하고 진짜 같다는 느낌 드시지 않습니까?
99% 작은 기업들은 다윗처럼 경쟁해야 합니다.
막강한 무기, 튼튼한 보호구로 무장한 골리앗을 상대로 했을 때, 다윗은 골리앗의 장기인 근접전 사정거리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 하는 짱돌로 멀리서 공격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느린 골리앗의 처절한 패배, 그리고 다윗의 짜릿한 승리입니다.
99% 기업도 그래야 합니다. 큰 기업이 화려함을 내세운다면 작은 기업은 앞서 보여드린 원산지 표기판처럼 이웃 같은 친근감을 내세워야 합니다. 큰 기업이 제품으로 차별화한다면 작은 기업은 사람으로 차별화하면 됩니다. 큰 기업이 기능을 강조한다면 작은 기업은 정성을 보여주면 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게 태어나고 다르게 살아가는 만큼, 그저 자신에 대해 꾸밈없이 스토리텔링을 하면 될 뿐입니다. 사람으로 다가서면 친근함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전 그렇게 하는 데 있어 SNS가 가장 적절한 도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공예를 전공했지만 쇼핑몰에 취직한 김소영 작가는 일을 쉬는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에 가기로 했습니다. 경비는 스스로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어버이날이 가까웠습니다. 그녀는 전공을 살려 도자기 카네이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모든 제작과정을 트위터로 소개해나갔습니다. 그런데 60개의 작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절반 이상이 선 주문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도자기 카네이션이 가마에서 구워지고 채색되고 예술품으로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의 정성이 전해진 모양입니다.
그녀는 무사히 산티아고 여행을 마칠 수 있었고 귀국 후에는 아예 전업작가로 돌아섰습니다. 그녀는 지금도 작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SNS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안면도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 박철한님은 매일 안면도의 노을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는 농사이야기보다는 노을 이야기를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노을 이야기에는 항상 자신의 일상, 가족과 이웃 이야기, 힘들게 농사짓는 이야기를 농부 일기 형태로 곁들였습니다.
그러자 고구마 수확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전했을 때 페이스북 친구들이 쪽지와 댓글로 고구마를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고구마를 상품으로 소개하지도, 사달라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아마도 그가 페이스북에 꾸준하게 고구마 농사 일기를 기록해 온 것이 생산물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거나 그도 아니면 그의 수고를 보상해주고 싶은 측은지심을 자극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고구마 80%를 사 주었습니다. 당시 그의 페이스북 친구 수는 1800명, 그 중 그의 고객이 돼 준 친구들의 비율은 10% 이상이나 됐습니다.
매일매일 노을을 찍어서 농사이야기와 함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 쉬웠을까요? 박철한님은 그런 꾸준함이 있었기에 친구들 중 10% 이상이 고객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일 일기처럼 올리는 글에 거짓이 담긴다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채버립니다. 즉 사람과 제품과 이야기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제품이 좋으면 팔렸지만 마켓3.0 시대라고도 말하는 SNS시대에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제품을 만드는지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1% 기업은 사람보다는 조직, 마음이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 만큼 이런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전부인 99%기업은 다릅니다. 어쩌면 박철한님처럼 사람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99%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릅니다.
박지영사장님은 대전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기라성 같은 대기업 레스토랑에 치어 장사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 그녀의 눈에 SNS가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처음에 SNS를 1% 기업처럼 활용했습니다. 우리 레스토랑 맛있고 좋아요. 할인해 드릴께요 식으로 제품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일단 홍보를 그만두고 친구들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친구들의 글을 열심히 읽고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절로 페이스북 친구들이 가게로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아… SNS 시대에 가장 빠른 마케팅은 경청이구나. 누구나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내가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 기왕이면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녀의 사례는 말해줍니다. 1% 기업이 일방적인 홍보로 일관다면, 99% 기업은 열심히 경청하면 된다는 것을요. 이렇듯 99% 기업이 SNS라는 공간에서 마케팅하는 방법은 전통적인 마케팅과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 찾아오게 하려면 먼저 찾아가라.
-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들어라.
- 자랑하고 싶다면 더욱 겸손하라.
그녀의 사례가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자 정리해 볼까요?
SNS 시대에 99%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팔아야 할 것은 사람, 다시 말해 제품이 아닌 자기 자신을 브랜딩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며, 어떤 마음가짐과 과정으로 제품을 만드는지도 보여줘야 합니다. 경청도 중요합니다. 물론, 이야기 한두 개만으로 브랜딩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SNS를 마케팅은 꾸준함과 진정성도 필요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심부름을 시킬 때 뭘 사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팔아주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를테면 철환아 점빵가서 쌀 팔아주고 와라, 참기름 팔아주고 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의 상거래는 내가 가진 돈과 판매자가 가진 재화를 교환하는 일이지만 그 때는 상거래를 이웃간의 상부상조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품이 설령 비싸도, 조금 부족한 게 있어도 이웃 가게에서만 거래했던 것 같습니다. 이웃이 사라진 지금은 그러질 않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SNS는 99%기업에게 과거의 상거래를 되살려줍니다. SNS로 인맥과 이웃이라는 상권을 개척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친근함과 믿음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SNS를 활용한다고 해서 대박은 불가능합니다. 인맥이라는 상권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얻는 게 있으면 누군가 잃는 게 있는 제로섬의 경제 생태계에서는 소수의 대박은 필연적으로 다수의 손실을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수의 공존입니다.
SNS를 활용한 이웃과 신뢰 상권의 회복, 그리고 다수의 공존. 이것이 SNS 시대 99% 기업의 생존 전략일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가 TVN ‘창조클럽199′ 12화에서 강연한 내용을 일부 발췌해 수정한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강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egama.co.kr/?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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